최저임금과 외식

최저임금
사진: UnsplashVitaly Taranov

2023년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1만원이 채 안되는 9620원. 작년대비 5% 인상했으나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돈을 어디서 아끼는 것이 좋을까? 교통비? 버스는 당장 다음달부터 300원 인상이다. 최저임금을 계산하면 결국 시간당 240원 인상한 것이라 허탈감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의류비용은 이미 줄일대로 줄였다. 가끔 사입는 오픈마켓의 인터넷쇼핑이 그것이다. 그마저도 많이 구입하지 않는다. 질 좋은 의류는 그만큼 케어에도 신경을 써야하니 그럴 여유를 내는 것 조차 사치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어느 한 부분에선 꼭 사치를 하게 된다고 하는데 내 경우에는 그것이 나름 외식이었다. ‘5000원내고 먹을 밥을 10000원을 내고 먹더라도 맛있는 곳에서 즐겁게 먹고 좀 다른 곳에서 줄이자’가 내 경우였는데 최근엔 그것이 ‘15000원을 내고 먹는 괜찮은 한 끼’가 되었다. 거의 1.5배에 가까운 돈을 내고 기나긴 대기시간을 지나 돌아오는 만족감은 즐겁지만 허탈하기도 했다. 물론 물가도 올랐지만 어째서인지 주머니 사정은 맨 처음 저 1만원의 사정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었다. 입은 절대로 그 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되었는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돌고 돌아 줄일 수 있는 비용은 식비이고 그 중 가장 큰 부분은 외식이다. 고정비 중 가장 유동적으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좋아하던 가게를 하나 둘 안 가게 되고 내 노동력을 0원으로 치환할 수 있게 요리를 하게 된다. 밀키트는 그런 점에서 아주 효과적으로 2명 이상의 식비를 효과적으로 줄여준다. 잔여물이 거의 없는 편이라 요리를 하는 취미생활로도 훌륭하다.

그러나 좀처럼 생각을 지울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다. 많은 비닐쓰레기(밀키트들은 대부분의 식재료가 비닐로 밀봉 되어있다.)와 여기에 쓰이는 조리기구, 그리고 추가적으로 입맛에 맞추기 위한 기본 식재료들은 내가 추가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것들이고 더불어 여기에 요리를 하는 비용과 마지막 마무리까지의 노동력은 모두 0로 치환했을때나 ‘가성비’라는 것이 나온다.

외식에서 가성비만을 따지던 것에 대한 저주라도 걸린 것일까, 그동안 스스로가 가격을 어떻게 책정했는가에 대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스스로의 노동력을 너무 깎아내린 탓에 한 끼, 한 끼에도 이렇게 가성비를 지우게 되었는가. 그러면 이 비용을 받고 저 주방 뒷편에서 맛있는 요리를 만드시던 분들은 어떻게 생활을 이어나갔을까 하는 생각까지 이어지자 이내 고개가 숙연해진다. 어줍잖게 유투브로 보고 시뮬레이션 몇 번 해보고 연습 몇 번 해본 것과는 달리 그분들은 이것이 생업이다. 이 기술을 얻기까지 두 손은 엉망이 되었을 것이고 그 시간을 우리는 자본주의의 탈로 ‘돈’으로 치환한다. 이게 과연 정당한 것인가에 대한 생각은 이미 돈이라는 가치에 폄훼되어 버렸다.

이런 탓에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작년과 올해 들어 사건사고가 많이 일어나고 떼죽음 당한 사람은 더더욱 많다. 더 줄일 방법은 없는데 사회 안전망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힘들더라도 작은 미소로 내 곁을 내줄 여유를 좀 더 내는 것. 그것이 성숙한 문화시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야만의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도 더 커질 뿐이다.

슬픈 말이다. 각자도생.